230922 <Green Movie Night> 4 : P짱은 내 친구
살랑이는 바람이 제법 선선해진 가을 저녁, 생태지평은 네 번째 청년 네트워크 모임을 가졌습니다. <Green Movie Night> 4는 네 분의 참가자들과 두 명의 생태지평 활동가가 함께했어요. 이번엔 과연 어떤 환경영화를 보며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요?
▲아담한 사무실에서 빔프로젝터로 영화 보기!
#_01 행사는 이렇게 진행되었어요!
- 19:00 - 19:30 : 서로 소개
- 19:30 - 21:10 : 영화 <P짱은 내 친구> 감상
- 21:10 - 21:20 : 쉬는 시간
- 21:20 - 21:50 : 수다회 및 소감 나누기
- 21:50 - 22:00 : 마무리
#_02 영화 수다회에서는 이런 이야기가?!
생태지평이 준비한 비건 빵과 따뜻한 차, 그리고 참가자 분들이 가져와 주신 맛있는 간식과 함께 영화 <P짱은 내 친구>를 관람하였습니다. 아기돼지 친구 P짱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6학년 2반 아이들과 담임선생님의 이야기를 보며, 생명의 길이는 과연 누가 정하는 것인지, 동물권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. 영화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각자 들었던 생각과 공유하고 싶은 의견들을 자유롭게 나누었답니다!
▲맛있는 비건 빵과 따뜻한 웰컴 티
- 처음엔 담임 선생님의 수업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는데, 1년 동안 애지중지 키웠던 생명이 사실은 우리가 먹는 고기라는 냉혹한 현실을 아이들이 직시할 수 있게끔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짐작할 수 있었다.
- 아이들의 토론 과정에서 한 친구가 'P짱을 죽이고 싶지는 않지만, 우리는 졸업을 해야 하기에 이 돼지에 책임을 지고 여기서 끝내야 한다'는 말을 하는 걸 보고 조금 놀랐다. 학교라는 공간의 특성 상 1년 단위로 모든 것이 계속 바뀌다 보니 왜 여기서 끝내는 것이 책임을 지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지는 이해가 갔던 것 같다.
- 아이들에게 돼지를 살릴지 죽일지를 결정하게 하는 것이 폭력적이라고 느껴져 이것이 과연 적절한 교육인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.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적합성이 달라질 것 같다.
- 영화에서처럼은 아니지만, 외국에서는 가끔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방과후 수업이나 동아리의 형태로 환경교육을 진행하셨던 기억이 있다.
- 우리 사회에서는 농장동물, 동물원 안의 동물, 야생동물, 반려동물과 같이 생물에 대한 구분이 확실히 존재하는 것 같다. 그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과연 어떤 상태에서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된 것 같다. 영화를 보면서 '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저 P짱은 행복할까?'라는 생각이 들었다. 결국 생물의 가치, 감정 등을 구분 짓고 판단하는 기준은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요소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.
#_03 참가한 분들의 소감을 모아 봤어요! (※여기서부터 스포 주의)
준식 : 처음엔 당연히 육가공센터로 보낸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었는데, 많은 의견이 종합되고 찬성하는 입장도 그걸 원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싫었다는 점과 중간 선택지가 없이 양자택일 상황이라면 아픔을 감내하더라도 선택해야 하는, 어쩌면 더 고뇌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게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. 영화에 나온 돼지가 반려견이나 반려묘처럼 아이들과 잘 놀고 밝은 모습이 더 선택을 주저하게 만들었고 생명의 결정권은 정말 누군가 쥐고 있는 걸까 생각이 많았습니다. 돼지가 아니라 개였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, P짱도 우리도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섣부른 판단은 아니었는지 지금 이 상황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생각해볼 만한 문제인 것 만큼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.
페니 : 처음 와봤는데 좋은 경험이었어요! 반기는 기분도 들고 영화도 재밌게 봤어요! 영화 선택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~ 영화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. 토론도 흥미로웠고요! 정말 감사하고 꼭 돌아오겠습니다~
르다 : 보고 싶었던 영화를 함께 볼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. 비건이 된 후로 다양한 동물권 이슈의 컨텐츠들을 보아왔지만, 사실 대부분 다큐멘터리에 편중되어 있어 이런 극영화는 특히 귀합니다. 물론 감독이 특별히 동물권이나 채식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축산동물의 이야기를 실화 기반으로 잘 풀어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. 모임에서 이야기했듯 이미 실화를 알고 있는 탓에 실화와 비교해 각색 면에서 아쉬운 면이 보이긴 했지만 대중영화로서는 잘 만든 작품인 듯 싶습니다. 물론 그만큼 실화가 이미 영화같았던 힘이 크겠지만요. 초반부 아이들을 ‘왈가닥’하고 미숙한 모습으로 그리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후반부에서 토론 장면을 길게 담으면서 해소된 듯 합니다. 동물 당사자는 행복했을지, 그의 행복을 위해서는 우리 인간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, 일상에서 동물들을 접한 적이 있는지 등 다양한 주제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유의미했습니다. 사실 저는 말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떠올랐지만 대화를 독점하게 될까봐 자제하긴 했어요^^; 짧은 시간이 야속할 뿐-. 좋은 프로그램을 준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.
얼룩말 : 영화를 보면서 예전에 보았던 모의 감옥 실험 실화 기반 영화 <엑스페리먼트>가 생각났습니다. 색감부터 다른 15세 이상 관람가의 스릴러 영화지만 어쩐지 마음에 와 닿는 느낌이 비슷했습니다. 영화는 익숙한 일본의 서정성을 담고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만,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마찰하는 선택과 책임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나의 삶에서도 수면 아래서 치열한,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였기 때문입니다. 어쩌면 이 문제의 당사자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두려워 진행이 좀 어려웠던 것도 같습니다. 그래도 조금 (아주 조금 더) 용기 내어 함께 영화를 보고,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이 위안이 되었습니다. 또 만나면 좋겠네요.
바다 : P짱을 육가공센터로 보내느냐, 후배들에게 맡기느냐에 대한 선택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후자의 결말을 간절히 바랐던 것은 정든 P짱에 대한 단순한 동정심만은 아니었을 겁니다. 어쩌면 영화이기에 그 속에서라도 비현실적인 결말을 꿈꿔 볼 수 있을 거라 희망했던 것이겠죠. 그만큼 현실에서는 생명의 길이를 재단하는 것, 동물권을 존중하는 것이 오로지 인간의 선택이자 시혜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. 내가 만약 영화 속 주인공인 담임 선생님의 입장이었다면, 아이들과 수업을 위해, 또는 나의 신념을 위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어 흥미로웠던 시간이었습니다. 영화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아이들의 토론과 고뇌, 그 과정 속에서 어른의 마음 한 구석을 깊이 파고드는 저마다의 질문들이 오랫동안 머리를 맴도는 영화였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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